막연하게 꿈꿔오던 지리산을 향하여
드디어 한 발자욱을 내딛기 시작하였습니다.
2월부터 이어진 숨가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1.
단감농장.
지리산자락 구례에 먼저 터를 잡으신 <흑송>형님께서 단감농장을 추천해주셨다.
귀농하여 자리잡고 어영부영하다보면 몇푼 안되는 종잣돈이 모래밭에 물 스며들듯이 없어질테니
당장 수확이 가능하고 수입이 생기는 단감농장을 구입하여 귀농하는게 좋을것 같다고 하신다.
2월 첫날
보성으로 장인어른 제사 모시러 가는길목에 자리잡은구례를 들렀다.
형님이 구입한 매실밭을 부러워하며 매물로 나온 단감농장도 구경하였다.
마을 구석에 자리잡은 평탄한 땅과 거대한 단감나무가 한눈에 들어온다.
치악산으로 복귀하여 <콩이맘>과 단감농장을 가꾸는 행복한 꿈을 꾸었다.
꿈에 그리던 지리산을 갈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조급해 지기 시작한다.
설날 연휴가 끝나고 단감농장도 다시한번 살펴보고, 필요한 서류도 확인해보고,
군청에서 귀농인에게 지원하는 혜택도 알아볼겸 구례로 다시 내려갔다.
이제 결심만이 필요한 시점으로 다가왔다.
치악산으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 나는 할수있다"를 외치며 손을 꽉 쥐었다.
땅값을 흥정하려고하니 흥정의 여지도 남기지 않고 지주가 버팅긴다.
지주에 대해 약간 우려했던 부분이 점점 더 크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단감농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의 귀농도 강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생각하며 고민중에도 밥은 맛나게 먹는다^^
결단을 앞둔 아우가 걱정되어 법수치리 <영창>형님 내외가 고기를 사들고 치악산을 방문하셨다.
2.
고사리 농장.
구례에 사시며 단감농장을 운영하시는분에게(인터넷으로 알게된분) 전화를 드렸다.
초보자에게 단감농장 농사가 그리 녹녹치 않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실패하더라도 피해가 적은 임대농장과 빈집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하였다.
일면식도없는 나에게 친절하게 상담해주시고 같이 걱정해주시니 그저 감사하다.
다음날 구례에서 전화가 왔다.
12,000평 임야에 매실과 단감 그리고 고사리밭이 있는데 일년 임대로 농사지어볼 마음이 있냐고 묻는다.
임대료는 년530만원.
예상 수입은 2,000만원.
근처에 농장주인의 농가도 판다고 하신다.
아직 눈이 녹지않은 치악산 주변으로 <강산이>를 산책시키니 녀석은 좋아라 날뛴다.
제 운명을 제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주인에게 사랑받는 녀석이 부러운 생각이 든다.
25일밤.
다음날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를 뒤로하고 구례로 출발 하였다.
하루하루 미루기엔 마음이 바쁘다. 이미 치악산에 다시 주저앉기엔 마음이 많이 떠나있는것 같다.
밤늦게 구례에 도착하여 그분이 베풀어준 호의로 그댁에서 하룻밤을 자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고사리 농장으로 향하였다.
12,000평의 임야엔 매실과,단감,밤나무 그리고 6,000평의 고사리밭이 넓게 펼쳐졌다.
도로에서의 접근성이 험하기는 하지만 산위에 올라보니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끝내준다.
비를 맞으며 함께다녀주신분께 지난번 봐온 단감농장에 대하여 몇마디 흘리니 권하고 싶지 않단다.
치악산으로 올라오는 승용차 안.
나-"<콩이맘> 고사리 농사 지을수있겠어?"
그녀-"하면 하지 뭐"
나-"허리 끊어질텐데.........."
그녀-"쉬운게 어디있어"
나-"바쁠땐 텐트치고 며칠씩 산에서 작업할수도 있다구"
그녀-그런게 어딨어 치타고 오며가며 하면되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지리산엔 왜가는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단감농장이든 고사리 농장이든 막상 시작하게되면 우리가 생각했던 삶이 아니란 생각이 어느순간 우리 둘에게 확 밀려온다.
나에겐 아직도 내려놓을 욕심이 많이 남아있나보다.
<설봉>이 생각하는 산골의 삶은 이거잖아~
1.작은집짓고 별채는 황토방을 들이고
1.농사는 텃밭에 조금만 짓고
1.산과 들에서 나물, 산나물,버섯,더덕등을 캐고
1.개울에 가서 피래미 잡아먹고 등등
1.물론 먹고 살려면 최소한의 돈벌이는 해야겠지요^^
그래도 올해는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가는데는 뜻을 같이 한다.
3.
빈집.
지리산 자락에 자리를 잡으려면 비바람을 막아줄 거처가 필요하다.
그런데 구례에는 빈집은 몇채 있으나 임대로 구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흔한 아파트나 빌라 전세도 거의 없다.
두번 내려갈때 그냥 구경하였던 아파트가 마음 가까이 다가온다.
그래 일단 다 쓰러져가는 빈집보다는 적응하기 쉬운 아파트로 들어가자.
귀촌 생활이 일이년 늦으면 어떠냐, 앞으로 20년은 살곳인데 찬찬히 둘러보자.
지리산에서 좋은터가 생기면 바로 구입할수 있도록 (앞으로 재산가치가 더 상승할 전망이 밝은) 안산의 아파트를미련없이 매매 하였다.
<콩이>를 기숙사에 데려다주고........우리는 우리의 갈길을 가기로 한다.
늘 찾아주는 <오원리>님과 김치 감자전을 먹으며 지리산 얘기로 시간을 보낸다.
4.
<강산에> 카페.
오가는 사람들중 관심을 갖는분이 많은곳이다.
전원에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모양이다.
도시에서의 치열함을 버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3년동안 진상이라 불리우는 손님이 거의 기억에 없으니 좋은곳이 맞는것 같다^^
마침 임자가 나타나서 오늘 카페를 계약하게 되었다.
5.
"설봉의 치악산 전원카페 강산에"라는 다음카페 이름은 뭘로 바꿔야 좋을까?
지리산에서 제대로 터를 잡기전까지 사용할 카페 이름을 고민해야겠다.
*지난번에 좋은 의견 올려줬던 댓글들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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